디지털노마드

디지털노마드가 된 한국인, 몬테네그로 코토르에서 살기

essay3081 2025. 7. 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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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노마드가 된 한국인

“아드리아 해변 도시에서 보내는 느리고 밀도 있는 시간”


코토르를 선택한 이유 – 관광지 아닌, 생활지로서의 가능성

디지털노마드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한 이후, 나는 항상 도시를 선택할 때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첫째는 생활비, 둘째는 인터넷 환경, 셋째는 삶의 밀도다.
2023년 유럽 여름을 앞두고 새로운 도시를 고민하던 중, SNS에서 우연히 **몬테네그로(Montenegro)의 ‘코토르(Kotor)’**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다.

 

코토르는 몬테네그로 남부의 해안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 성곽도시다.
사람들은 주로 ‘아름다운 여행지’로 코토르를 기억하지만, 나는 그곳을 조용한 유럽 소도시이자 해변에서 집중할 수 있는 거주지로 바라보았다.
특히 유럽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시기에, 몬테네그로는 아직 유로존 국가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디지털노마드로서 코토르에서 실제 한 달을 거주하면서 체감한 숙소, 물가, 루틴, 장단점까지 실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해보겠다.


숙소, 와이파이, 작업 공간 – 예상 외로 ‘살기 좋은 도시’

처음 도착한 코토르는 생각보다 작았다. 시내 중심부는 도보로 1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고, 대부분의 숙소는 해안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었다.


나는 Airbnb를 통해 바다 전망의 스튜디오 아파트를 월 $600에 임대했다. 주방, 에어컨, 와이파이 완비는 물론이고, 테라스에서 바다가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인터넷 속도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50~80Mbps 수준으로 줌 화상회의나 구글 드라이브 파일 업로드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해안가에는 노트북을 펼칠 수 있는 조용한 카페가 적지는 않지만, 공간 자체가 작아 노마드에 특화된 분위기는 아니다.

대신 **포드고리차(Podgorica)**나 티바트(Tivat) 등 인근 도시에서 노마드들이 카페를 겸한 코워킹 공간을 형성하고 있어, 장기 체류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이동하며 커뮤니티를 활용할 수 있다.

 

내 루틴은 보통 이렇다: 오전에는 아파트 내 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와 함께 업무를 시작하고, 점심 이후에는 구시가지 산책, 오후에는 카페에서 마무리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은 아파트가 가장 안정적이었고, 외부 작업은 오전보다 오후 시간대가 더 조용했다.

 

 생활비와 문화 – 유럽 해안도시 중 최고의 가성비

코토르에서의 한 달 생활비는 다음과 같다. 리스본이나 바르셀로나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동일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항목                                                              월 비용 (USD)
숙소 (에어비앤비) $600
식비 $200~250
카페 및 여가 $80~100
교통비 (버스, 배 포함) $30~40
기타 생활비 $50
총합계 $950~1,050
 

로컬 식당에서는 해산물 리조또나 신선한 파스타를 $6~10에 먹을 수 있고, 마트에서 직접 요리할 경우 훨씬 절약된다.
특히, 코토르의 농산물 시장은 품질이 뛰어나며 가격도 합리적이다. 토마토, 치즈, 올리브, 바질 같은 재료로 간단한 지중해식 식사를 준비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코토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작지만 다 있다’는 점이다.


헬스장, 로컬 카페, 치과와 같은 기본 편의시설은 모두 갖춰져 있으며, 현지인들도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영어는 젊은 층에서는 꽤 잘 통하며, 식당이나 숙소에서는 기본적인 소통이 무리 없다.


디지털노마드의 시선에서 본 코토르의 장단점

한 달 간의 코토르 생활은 **디지털노마드로서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너무 바쁘지 않고, 주변 풍경은 아름다우며, 사람들은 친절하고, 비용 부담은 적었다. 이 네 가지가 조합된 도시를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코토르는 그 기준을 만족시켰다.

 

특히, 성곽 위로 해가 지는 모습이나, 조용한 아침의 아드리아 해변은 일상에 지친 나에게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바쁘고 경쟁적인 도시에서 일하던 한국인으로서, **‘일을 줄이지 않고도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코토르의 가치는 충분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첫째,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커뮤니티가 거의 없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수 있다.
둘째, 겨울 시즌(11월~2월)은 비가 많고 바닷바람이 세기 때문에 비수기 체류는 추천하지 않는다.
셋째, 전자제품 구매, 고급 의료 서비스 등 일부 인프라는 수도에 비해 부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토르는 디지털노마드 입장에서 ‘소음 없는 공간’이 주는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해준 도시였다.
만약 당신이 북적이는 도시보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진짜 루틴을 만들고 싶다면, 코토르는 한 달 이상 살아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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