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도시에서 일하는 삶, 가능할까?”
✅ 1. 울란바토르를 선택한 이유 – 낯설지만 매력적인 도시
디지털노마드가 도시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명확하다.
와이파이 속도, 생활비, 치안, 현지 문화와의 조화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집중력 있는 루틴’을 만들 수 있느냐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나는 흔한 선택지를 벗어나, 조금은 낯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laanbaatar)**에서 한 달을 보내보기로 했다.
울란바토르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이자, 전통 유목문화와 급속한 도시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다.
겉보기에는 초원 위의 회색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삭막하게 보일 수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의외로 창업자, 예술가, 노마드들을 위한 작고 유연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몽골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노마드와 외국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일부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는 외국인 거주자 비율이 꽤 높다.
나는 ‘전통과 기술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호기심으로 이 도시를 찾았고, 이곳에서 디지털노마드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 2. 와이파이, 코워킹, 카페 – 디지털 인프라는 충분한가?
울란바토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인터넷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내가 머문 에어비앤비 숙소에서는 평균 다운로드 속도 60~90Mbps를 유지했고, 화상회의나 대용량 파일 업로드도 문제없이 진행됐다.
몽골은 LTE 커버리지도 도시 전역에 잘 구축되어 있으며, 유심 구매도 매우 간편하다.
몽텔(MobiCom), 유니텔(Unitel) 같은 주요 통신사에서 저렴한 요금제로 데이터 중심 유심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업무 공간으로는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를 번갈아 가며 이용했다.
특히 Startup Terminal, The Work Central, The Factory UB는 울란바토르 내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대표 코워킹스페이스로, 일일권 혹은 월정액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공간 내 와이파이는 물론 회의실, 프린터, 커피바, 공용 주방 등 필요한 인프라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카페 문화도 점차 발전하고 있다.
Café Bene, Tom N Toms, Natura Coffee 같은 체인점 외에도 현지 감성의 로컬 카페들이 많아 ‘조용히 일할 공간’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일부 카페는 전원 콘센트가 부족하거나 소음이 클 수 있어 사전 탐색이 필요했다.
✅ 3. 물가, 숙소, 루틴 – 현실적인 생활은 가능한가?
울란바토르는 몽골의 수도이지만 동아시아 기준에서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특히 숙소와 식비는 타 도시에 비해 매우 합리적이며,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내가 실제로 체류했던 한 달 동안의 평균 지출 내역은 다음과 같았다:
숙소 (에어비앤비 원룸) | $350~450 |
식비 (외식+장보기) | $150~200 |
교통비 (택시+버스) | $30~50 |
카페 및 코워킹 | $80~120 |
기타 생활비 | $50 |
총합계 | $650~850 |
로컬 식당에서 한 끼 식사는 $3~5 수준이며, 몽골 전통요리(후슈르, 부즈 등)는 맛과 양 모두 만족스러웠다.
슈퍼마켓과 현지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면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교통은 다소 불편한 편이다. 대중교통은 있지만 영어 안내가 부족하고, 버스 간격이 고르지 않아 **Bolt(몽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량 호출 앱)**를 주로 이용했다.
도시의 구조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하루 이동 거리는 길지 않았으며, 정해진 루틴으로 생활하면 큰 불편은 없었다.
✅ 4. 노마드로서 본 울란바토르의 가능성과 한계
울란바토르는 디지털노마드의 루틴을 만들기에 의외로 괜찮은 도시였다.
와이파이와 코워킹 인프라는 예상 이상이었고, 물가는 낮고, 공간은 조용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의 태도와 도시에 흐르는 ‘여유’가 다른 아시아 도시와는 달랐다.
너무 급박하지 않고, 느슨한 듯하지만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는 도시의 분위기는 집중력 있는 일상 루틴을 만들기에 적합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영어 사용률은 관광지 외 지역에선 낮고, 외국인 거주자 커뮤니티가 작아 사회적 네트워킹은 제한적이다.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질 수 있어 외출이 어려워지며, 대기오염도 특정 시즌에는 매우 심각하다.
또한 병원 및 의료 인프라는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란바토르는 새로운 환경에서 조용히 일하고자 하는 노마드에게 독특한 실험 공간이 될 수 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풍경, 몽골 특유의 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도시의 분위기는 정신적으로도 큰 안정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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