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코워킹, 바나나 나무와 닭 울음소리 사이에서의 하루”
✅ 1. 발리, 그리고 그중에서도 ‘우붓’을 선택한 이유
디지털노마드로 살아간다는 건 단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나는 그 루틴을 세우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를 찾다가 발리, 그리고 그 안에서도 **우붓(Ubud)**이라는 이름을 마주하게 되었다.
우붓은 발리섬의 중부에 위치한 내륙 도시로, 많은 사람에게는 요가와 명상, 그리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 대표되는 힐링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은 예술과 자연, 그리고 디지털노마드 문화가 어우러진 조용한 거주지로 진화하고 있다.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 유기농 마켓, 로컬 식당들이 모여 있는 우붓은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그 바깥엔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커피를 마시며 일하는 노마드들의 삶이 존재한다.
내가 우붓에 머문 기간은 약 2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나는 관광지와는 전혀 다른 ‘살아가는 도시로서의 우붓’을 체험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루틴을 만들고, 안정적인 작업 환경을 구축하며, 사람들과 조용히 교류하는 삶을 이어갔다.
✅ 2. 하루의 시작 – 자연과 리듬을 맞추는 아침
우붓의 아침은 닭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내가 머문 숙소는 우붓 중심에서 오토바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작은 발리 전통 주택이었고, 주변은 벼 논과 바나나 나무, 그리고 닭과 개들이 함께 사는 전형적인 로컬 마을이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월 약 $500에 장기 임대했으며, 와이파이는 80Mbps 이상으로 안정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조용한 환경과 자연의 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침 루틴은 대부분 일정했다.
오전 7시 즈음, 요가 바디워크 스튜디오에서 1시간 가량 요가를 하며 몸을 깨운 후, 근처 Sayuri Healing Food Café에서 브런치와 함께 노트북을 열었다.
이 카페는 비건 메뉴와 함께 넓은 테이블, 조용한 음악, 빠른 와이파이를 갖추고 있어 디지털노마드 사이에서 인기 높은 장소였다.
오전 시간대는 집중력도 높고 방문객이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핵심 작업을 이 시간에 마무리했다.
클라이언트 회의, 콘텐츠 기획, 스프레드시트 정리 등 하루 업무의 60% 이상이 오전 중에 처리되었다.
우붓의 아침은 무척 조용하고 쾌적해서, 일에 몰입하기에 이상적인 시간대다.
✅ 3. 오후의 일과 – 코워킹과 네트워킹의 시간
점심 식사는 주로 Warung Makan 같은 로컬 식당에서 해결했다.
나시고렝, 미고렝, 템페와 같은 현지 식사는 약 25,000~40,000루피아(약 $23) 수준으로 부담이 없었고, 맛도 깔끔했다.
점심 이후에는 본격적인 코워킹스페이스 이동이 시작됐다.
우붓에는 유명한 Outpost, Hubud, Beluna 같은 코워킹 공간이 존재한다.
나는 이 중에서도 ‘Outpost Ubud’를 가장 많이 이용했는데, 월 정기권 기준 약 $150~200 사이로, 에어컨 완비, 빠른 와이파이, 커뮤니티 이벤트,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디지털노마드에게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이곳에서 주로 편집 업무, 미팅, 자료 공유 등을 진행했고, 주변 노마드들과의 자연스러운 인사와 교류가 반복됐다.
특히 매주 열리는 워크숍, 명상 세션, 커뮤니티 미팅은 혼자 일하면서도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활동이었다.
코워킹스페이스의 가장 큰 장점은 혼자이되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그리고 일정한 생활 리듬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우붓은 그 점에서 디지털노마드에게 있어 가장 균형 잡힌 도시 중 하나였다.
✅ 4. 저녁 시간 – 관광지가 아닌 집으로서의 우붓
오후 6시 즈음이 되면 코워킹 공간을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우붓은 해가 빨리 지고, 밤이 되면 도시가 조용해진다.
툭툭 대신 오토바이들이 지나가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나는 주로 숙소 근처의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간단한 맥주 한 잔 또는 발리 허브티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했다.
저녁 시간은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독서, 일기, 짧은 산책 같은 ‘나만의 리셋 시간’으로 활용했다.
관광지의 떠들썩함은 이미 중심부를 떠난 후 사라졌고, 마을 안에서는 사람들과 조용한 인사를 주고받는 **‘현지화된 일상’**이 자리를 잡았다.
가끔은 우붓 중심에서 열리는 음악 공연이나 마켓에 들르기도 했지만, 그것조차도 소소한 즐거움의 일부일 뿐 과도한 자극은 아니었다.
디지털노마드로서 우붓에서 보낸 시간은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살아가는 사람의 눈’으로 도시를 바라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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