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이 있는 마을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
✅ 1. 디지털노마드의 시선으로 처음 본 파이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북서쪽으로 약 3시간 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도착한 작은 마을 하나가 있다.
이곳의 이름은 파이(Pai).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선 이미 ‘느림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디지털노마드의 입장에서 이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또 다르다.
파이는 본래 고산족 마을로, 도시 규모가 작고 인구도 적지만, 자연 경관이 뛰어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인해 수많은 여행자와 창작자들을 끌어들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원격 근무를 위해 이곳에 정착하는 디지털노마드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카페와 숙소, 와이파이 환경 등이 ‘노마드 친화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치앙마이나 방콕처럼 대규모 인프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파이는 그 자체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개념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도시 중 하나다.
디지털노마드의 관점에서, 나는 파이에서의 한 달이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하나의 '루틴 실험'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 2. 파이의 와이파이 환경과 작업 인프라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와이파이 품질이다.
태국 전역에서 인터넷 인프라는 매우 발전한 편이며, 파이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머문 숙소는 시내 중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였고, 와이파이 속도는 평균 50~70Mbps로 원격 근무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Zoom 화상회의, 구글 드라이브, Notion 기반 협업 등 실시간 작업에도 딜레이가 없었다.
파이에는 대형 코워킹스페이스는 없지만, 작업에 적합한 카페들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아래 세 곳은 노마드들 사이에서 필수 작업 공간으로 꼽힌다:
- Om Garden Café: 야외 좌석, 안정적인 와이파이, 조용한 환경
- Art in Chai: 감성적인 인테리어, 콘센트 완비, 장시간 작업에 적합
- Earth Tone: 비건 레스토랑이자 노트북 프렌들리한 공간
이들 카페는 모두 전원 콘센트와 고속 인터넷, 장시간 머무르기에 부담 없는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 오전부터 오후까지 업무를 이어가기 좋았다.
특히 파이의 대부분 카페는 야외 테이블이 있어 자연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적 피로’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었다.
✅ 3. 숙소, 생활비, 교통 –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환경
파이에서의 한 달 생활비는 놀라울 정도로 저렴했다.
숙소는 개인 방 기준 월 6,0009,000바트(약 $170$250) 사이면 충분하고, 커플이나 1인 가구 기준으로도 넓고 조용한 방을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장기 체류 시에는 게스트하우스나 로컬 커뮤니티를 통해 더 좋은 조건의 임대도 가능하다.
숙소 (1인실 기준) | $180~250 |
식비 (외식 + 간단한 장보기) | $150~200 |
카페/코워킹 | $60~90 |
교통비 (오토바이 렌트) | $50~70 |
기타 생활비 | $30~50 |
총합계 | $470~650 |
파이의 교통은 오토바이가 중심이다. 하루 약 100바트($3) 정도로 렌트할 수 있고, 한 달 단위로는 $50 정도면 충분하다.
도로는 비교적 한산하며, 이동 거리가 짧아 큰 부담 없이 하루 2~3곳의 카페나 장소를 오가는 것도 가능하다.
식비 또한 매우 저렴하다. 현지 식당에서는 한 끼 식사가 $2 이내, 웨스턴 스타일 레스토랑에서도 $4~6 정도면 푸짐하게 식사할 수 있다.
또한 매주 열리는 야시장에서는 신선한 과일, 로컬 요리, 수공예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소비 없이도 풍요로운 생활’을 실현할 수 있었다.
✅ 4. 파이에서의 일상과 디지털노마드로서의 총평
파이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한 체류가 아니었다.
노마드로서 일상과 업무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면서도, 동시에 두 가지 모두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경험이었다.
아침에는 요가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낮에는 카페에서 업무에 몰입하고, 오후에는 폭포나 온천에 들러 피로를 씻고, 저녁에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소규모 공연을 감상했다.
파이는 ‘내려놓을 줄 아는 디지털노마드’에게 가장 어울리는 도시다.
빠른 속도, 강한 자극, 경쟁 중심의 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종류의 집중력과 창의성이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비 오는 시즌엔 진입로가 미끄럽고, 인근 병원 인프라가 제한적이며, 영어 소통이 어려운 곳도 존재한다.
그러나 일에 집중하고 싶고, 동시에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면 파이는 최적의 장소다.
디지털 인프라는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일상은 그보다 훨씬 단순하며, 루틴은 그 어떤 도시보다 부드럽게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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