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노마드

파라과이 엔카르나시온에서의 디지털노마드 리얼 스토리

essay3081 2025. 7. 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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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엔카르나시온에서의 디지털노마드

“강변 도시에서 일하고, 살아보고, 생각이 깊어진 한 달”


✅ 1. 왜 파라과이, 그리고 왜 엔카르나시온이었을까?

디지털노마드라는 삶을 선택하고 나서, 나는 유명한 도시보다는 조금 덜 알려졌지만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을 중심으로 도시를 탐색했다. 남미의 큰 도시는 대부분 시끄럽고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발견한 도시가 바로 **파라과이 남동부, 아르헨티나 국경 인근에 위치한 도시 ‘엔카르나시온(Encarnación)’**이었다.

 

엔카르나시온은 파라과이 제3의 도시로 인구는 약 13만 명 수준이며, 대서양으로 향하는 파라나 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이 도시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파라과이의 여름 수도’로 불리며, 매년 여름이면 카니발과 해변 축제로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던 4월은 관광 성수기가 지나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디지털노마드로서 집중하고 루틴을 만들기에 최적의 시기였다.

 

파라과이라는 나라 자체가 많은 한국인에게 낯설 수 있지만, 이 나라는 물가가 매우 낮고 치안이 안정적인 데다, 외국인에게 관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엔카르나시온은 그러한 파라과이의 특성이 잘 농축된 도시였으며, 나는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실제로 ‘살면서 일하는 삶’이 가능한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 2. 숙소, 인터넷, 카페 – 디지털노마드가 살아가기 위한 조건

엔카르나시온에서의 숙소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나는 아르헨티나 국경과 가까운 시내 중심부에 있는 모던한 원룸 아파트를 월 $280 정도에 임대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찾았고, 주방, 에어컨, 세탁기, 와이파이까지 완비된 조건이었다. 집주인은 영어는 하지 못했지만 매우 친절했고, 내가 필요한 것을 도와주기 위해 가족까지 동원해 주었다.

 

와이파이 속도는 파라과이라는 국가의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양호했다.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40~60Mbps 정도로, 줌 화상 회의나 구글 드라이브 협업, 웹사이트 관리 같은 원격 작업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영상 편집과 같은 고사양 작업은 다소 느릴 수 있었지만, 일반적인 업무 환경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작업 공간으로는 숙소 외에 몇몇 로컬 카페를 활용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곳은 El Cafe de Aca, Crema y Chocolate, 그리고 Café Martinez다. 이곳들은 조용한 음악, 깨끗한 실내, 적절한 좌석 배치가 인상적이었고, 콘센트와 와이파이 제공은 기본이었다. 커피 한 잔 가격은 약 $1.5 수준으로 저렴했고, 오래 머물러도 전혀 눈치 주지 않는 분위기였다.


✅ 3. 한 달 생활비와 루틴 – 생각보다 훨씬 저렴한 고품질 일상

엔카르나시온에서의 한 달 생활은 매우 경제적이었다. 다음은 실제로 내가 기록한 평균 지출 내역이다:

항목월간 비용 (USD 기준)
숙소 $280
식비 (외식+장보기) $160~200
카페 및 여가 $50~70
교통비 $15~25
기타 생활비 $30~40
총합계 $550~620
 

외식은 매우 저렴하다. 현지식 정식 한 끼는 $2~3이면 충분했고, 슈퍼마켓에서는 과일, 치즈, 빵, 채소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파라과이산 쇠고기 품질은 매우 뛰어나며, 집에서 간단히 스테이크를 해먹는 일이 잦았다. 카페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고, 주말에는 **파라나 강변 산책로인 코스탈라(Costanera)**를 따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탔다.

 

교통은 거의 도보로 해결할 수 있었다. 도시가 크지 않고, 필요한 시설들이 대부분 걸어서 10~15분 내에 위치해 있었다. 시내 버스는 요금이 $0.5 미만으로 매우 저렴했고, 택시 앱도 사용 가능했지만 자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나의 일과는 오전 8시에 일어나 간단한 조식 후 카페에서 업무 시작, 점심은 로컬 식당에서 해결, 오후에는 숙소에서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저녁에는 산책이나 현지 와인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엔카르나시온은 복잡하지 않지만 생활 리듬을 정돈하기엔 오히려 더 좋은 도시였다.


✅ 4. 디지털노마드의 눈으로 본 엔카르나시온 – 조용한 도시가 주는 여유

엔카르나시온은 ‘화려하진 않지만, 모든 것이 갖춰진 도시’였다. 디지털노마드로서 내가 필요한 인프라는 모두 있었고, 그 외에는 불필요한 소음과 소비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집중력 있는 루틴을 만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파라과이 특유의 사람들의 온화함과 환대, 그리고 현지인 중심의 소박한 삶의 방식이 나를 진정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곳에서 지낸 한 달은 마치 ‘자기 점검’의 시간 같았다. 너무 빠르게 살아가고 있던 나의 템포를 한껏 늦추고, 눈앞의 작은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
엔카르나시온에는 대규모 노마드 커뮤니티나 코워킹스페이스는 거의 없지만, 혼자서 글을 쓰거나 개발을 하거나, 깊이 있는 업무를 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배경이 되어준다.

 

물론 단점도 있다.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기 때문에 기초 스페인어는 필수이고, 인터넷은 지역마다 품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문화적 이벤트나 전시 등은 많지 않아 문화 활동을 즐기기엔 다소 단조로울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도시의 조용함과 안정감에서 오는 집중력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남미의 숨은 공간’을 찾는다면, 그리고 ‘한 달간 루틴을 재정비할 도시’를 찾는다면, 파라과이의 엔카르나시온은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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