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의 도시에서 원격근무의 도시로, 조용한 진화가 시작되다”
✅ 1. 시엠립은 여전히 여행자의 도시일까?
시엠립은 오랫동안 ‘앙코르와트의 도시’로 알려져 왔다.
수많은 배낭여행객들이 동남아 루트를 따라 이곳에 들렀고, 과거에는 유럽, 북미, 아시아 여행자들로 가득 찬 시엠립의 거리에서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가 동시에 들려왔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세계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시엠립도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도시였던 시엠립은 불가피하게 그 구조를 조정해야 했고, 지금은 단기 여행자 중심에서 장기 체류자, 원격근무자, 디지털노마드 중심의 도시로 서서히 전환되고 있다.
디지털노마드로서 2024년 후반부터 시엠립에 약 6주간 체류했던 나는, 도시의 변화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기존에 외국인 여행자 중심이던 숙소들은 장기 체류자 전용 요금제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빠르게 늘어나는 카페들과 함께 무료 와이파이와 콘센트가 잘 마련된 노트북 친화적인 공간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관광지 중심이던 펍 스트리트(Pub Street)에서 벗어난 곳에 작지만 조용한 워킹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가 하나둘 생겨나며 도시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 2. 디지털노마드에게 시엠립은 어떤 도시인가
디지털노마드에게 도시 선택은 곧 업무의 효율, 생활의 질, 루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시엠립은 예상외로 ‘노마드 친화적인 조건’을 갖춘 도시였다.
나는 시엠립 중심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에어비앤비에서 한 달 약 $350에 숙소를 임대했고, 주방, 에어컨, 와이파이가 모두 갖춰진 상태였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건 와이파이 품질이었다.
현지 이동통신사 Metfone의 광케이블이 설치된 숙소에서는 평균 60~80Mbps를 유지했으며, 업무상 줌 화상회의나 구글 드라이브 협업 작업에서 단 한 번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업무 공간으로는 로컬 카페들을 주로 활용했다.
대표적으로 The Little Red Fox Espresso, Footprints Café, Sister Srey Café는 디지털노마드 사이에서도 유명한 카페들로, 전원, 와이파이, 편안한 의자, 조용한 음악 네 가지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AngkorHUB라는 이름의 코워킹스페이스는 월 $90~100 사이의 비용으로 안정적인 사무 환경과 커뮤니티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어 혼자 일하면서도 사회적 연결이 필요한 노마드에게 좋은 선택지였다.
✅ 3. 물가, 루틴, 사람들 – 시엠립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2025년 기준 시엠립은 여전히 동남아시아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 달 생활비는 약 $700850 사이로 유지 가능하며, 이는 숙소를 포함한 비용이다.
외식은 로컬 식당에서 한 끼 $23 수준이고, 중급 레스토랑에서도 $57면 넉넉하다.
한 달 교통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대부분의 이동이 도보나 자전거로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툭툭(현지 오토바이 택시)을 이용해도 한 번에 $12 수준이다.
숙소 (에어비앤비 또는 게스트하우스) | $300~400 |
식비 (외식 + 장보기) | $150~200 |
카페 및 여가 | $50~80 |
교통비 (툭툭 포함) | $20~30 |
기타 생활비 | $30~50 |
총합계 | $700~850 |
사람들도 매우 친절하다.
현지인들은 외국인에게 관대하고 영어 소통이 비교적 원활하다.
특히 시엠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국제 교류가 많아, 외국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서비스 질도 높은 편이다.
노마드로서 일하고 쉬고, 가볍게 소셜 네트워킹도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시엠립은 ‘의외로 효율적인 도시’**였다.
✅ 4. 시엠립의 조용한 진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전까지 시엠립은 “한 번쯤 들르는 여행지”였다면, 이제는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디지털노마드로 살아보니 그 변화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단기 체류자를 위한 숙소 구조가 장기 거주 형태로 바뀌고 있고,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는 노마드 친화적으로 진화 중이며, 현지 커뮤니티는 외국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도시 자체가 너무 크지 않아 루틴을 유지하기에 매우 적합하고, 에너지가 많이 들지 않는다.
지치기 쉬운 대도시보다 작지만 기능이 충분한 소도시가 오히려 노마드에겐 더 효율적인 공간이 된다.
시엠립은 지금 그 ‘기능이 충분한 소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단점은 있다.
공공 병원 인프라나 행정 절차는 다소 느리고, 노마드 비자 제도는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성비, 안정성, 그리고 적당한 속도감을 가진 일상은 여전히 시엠립을 장기 체류에 적합한 도시로 만들어주고 있다.
디지털노마드라면, 혹은 이제 막 노마드 삶을 시작해보고 싶은 이라면, 시엠립은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완벽한 ‘테스트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은, 새로운 리듬과 생각보다 나은 몰입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노마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지털노마드가 사는 발리 우붓, 관광지 밖의 진짜 삶 (1) | 2025.07.07 |
---|---|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의 디지털노마드 루틴 공개 (0) | 2025.07.07 |
디지털노마드가 직접 겪은 인도 푸쉬카르의 하루 (0) | 2025.07.06 |
파라과이 엔카르나시온에서의 디지털노마드 리얼 스토리 (0) | 2025.07.06 |
디지털노마드가 발견한 남미 소도시 보석, 콜롬비아 필란디아 (1) | 2025.07.06 |